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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년10월01일
Weather       :: 맑음 ::
Subject     어느 담임교사의 한탄(펌)      by :: ::
어느 담임교사의 한탄

점심을 같이 하던 옆 자리 선생님이 한 숨을 푹 쉬며 한 마디 던집니다. “축제 공연의 학급 장기자랑 마감일인데 너희들은 무얼 했으면 좋겠느냐.”라는 담임의 제안에 대뜸 돌아오는 말들이 “선생님이나 하세요.”, “우리는 하고 싶지 않아요.” “관심 없어요.”랍니다. 이번만큼은 억지로 해야 하는 공부하는 일도 아니고, 부담 없이 즐겁게 참여하리라 한껏 기대했던 축제였기에 담임교사는 “이제는 더 이상 의욕도 안 생기고 정말 한계를 느낀다.”며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고 체념 섞인 표정으로 되묻습니다.


우리 학교 2학년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소문난 학년이었답니다. 그 만큼 일찍부터 학습에는 흥미를 잃고 그저 학교는 마지못해 오거나 대충 놀러 다니는 곳 정도로 알고 시간만 죽이는 말썽꾸러기들이 분위기를 압도해 일찌감치 부모님과 선생님들의 속을 까맣게 태우고 또 태웠다지요. 이제 중학생으로 체격도 커지고 머리도 제법 컸다고 툭하면 말대꾸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트리고 소위 게기기 일쑤입니다. 욕은 왜 그리 잘하는지. 무얼 좀 야단치고 잘 다독여 볼라치면 “내가 잘못한 게 뭐 있느냐”며 오히려 지 감정을 추체 못해 뛰쳐나가며 되레 큰소리칩니다. “때릴 테면 때려요.”,  “학교 안 다니면 될 거 아니에요.”

젊은 남자 체육선생님인데도 그러하니 신규 여교사 담임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답니다. 매를 대는 체벌의 사회적 파장이 심각하고 학생의 기본적 인권 보호 차원에서나 교육적 지도 차원에서도 이제 어떠한 체벌도 금지되는 상황 속에서 이를 눈치 챈 아이들의 배짱에 속수무책입니다. 마지못해 학교에 나온 다수의 부적응 아이들이 펼치는 각종 문제 사안들의 바람직한 해결을 위한 상담 지도 등 교사의 권위가 짓밟혀진지 오래입니다. 수업이 통제되지 않고 교사의 민주적 권위에 의한 분위기 장악도 안 되면서 수업이 무너지고 관계도 무너지며 깊은 회의와 절망을 느낀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언제 어디서나 늘 있었던 크고 작은 고민거리요, 영원한 숙제입니다. 지금 내가 처해 있는 현실적 상황이기에 더욱 피부에 와 닿는 심각한 사안이겠지요.


저는 그 아이들을 지난 일 년 간 수업 시간에 만나 함께 했고, 올 해 한 학기를 보내며 생활지도 담당자로 2선에서 부딪히며 지내왔기에 그래도 조금은 그 상황을 이해하고 해결을 위한 공동 실천을 모색했습니다. 그렇지만 이 말 밖에 못했습니다. “이기고 지는 게임은 아니니 너무 속상해 하지 마시고 힘내세요.” “어제 오늘 만들어진 것도 아닌데 시간이 더 가야겠지요.” “도저히 담임의 지도 한계를 넘는다 싶으면 학교 당국에 넘겨 후속 조치를 취해야지요.”


집에 돌아와 무거운 마음에 이렇게 글로 정리해 봅니다. 그런 상황이라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


교사가 아니 어른이 져 주어야지요. 아이들과의 좋은 관계를 가꾸어 가려면 이기는 것보다 지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야단하고 설득하고 심지어 매를 대서라도 “예,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라는 대답을 들었다 하더라도 그는 ‘자발적 감동’이 아닌 ‘타율적 강요’라 보기에 오히려 역효과가 우려됩니다. 아이 편에 서는 거지요. 아이들의 입장과 처지에서 사물을 바라보고 눈높이를 맞춥니다. 생각을 좀 더 자유롭게 가져간다면 진정한 공부는 저희들끼리 하는 것 아닐까요. 소위 문제아들이 한다는 각종 일탈 행위들을 그 아이들 아니면 누가 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죽었다 깨어나도 못하지요.


기다려야지요. 가뭄에 홍수에, 병충해에 잡초에 시달리며 햇빛과 물과 토양의 양분을 바탕으로 스스로 커야 좋은 열매를 맺습니다. 때가 되면 한 커플씩 허물을 벗고 성숙하는 애벌레처럼 조금씩 달라져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세월과 함께 보곤 합니다. 못난 자식 때문에 한평생 한 맺힌 삶을 산다 하더라도 그 자식이 잘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부모의 마음입니다. 벼가 익으면 고개를 숙이듯 철이 들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생각됩니다. 어른이 되면 지난 어린 시절의 어설펐던 자신의 철없던 모습을 생각하며 멋쩍은 후회도 하겠지요. 현대를 사는 우리네 마음이 자꾸만 속력을 내며 기다림의 지혜를 잃어만 갑니다.


아이들이 더 잘 압니다. 저 선생님이 우리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존중하려 애쓰고 있는지를 말입니다. 얄미울 정도로 귀신입니다. 어쩌면 그 만큼 순수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음을 열고 다 보여줍니다. 선생님의 아픈 속살까지 말입니다. 미안해하고 염려하고 함께 공감하려 노력하는 선생님의 진정성을 우리 아이들은 잘 알 것입니다. 자기들을 위해 또는 학급을 위해 수업 시간뿐만 아니라 다양한 행사 등을 통해 정성을 기울이는 선생님의 사랑을 말입니다.


자신을 돌아봅니다. 교사의 존재 이유인 아이들을 둘러싸고 있는 현실적 상황들과 그 밑에 자리하고 있는 거대한 빙산의 모습까지 말입니다. 늘 아이들 앞에 당당히 서기에는 부족함이 많은 것이 교사 아닌가요. 좋은 수업하기뿐만 아니라 교육적 상담 능력이나 민주적 권위의 바탕인 인격의 도야는 평생 가야 하는 일이라 보기 때문입니다. 가야할 길이 멀고 힘겹기에 마음을 비우고 감사한 마음으로 살얼음을 딛듯 조금씩 말입니다.


저도 요즘 반항(?)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아이들의 두발 문제가 그렇습니다. 어렵게 개정한 두발 규정에 여학생은 긴 머리는 묶어야 하고, 남학생은 귀를 덮으면 안 됩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누굽니까. 다들 여학생은 긴 머리 풀어헤치고 남학생은 귀를 덮은 긴 머리가 자랑스러워 귀가 닳도록 묶고 깎으라 해도 요리 조리 피해가지요. 생활지도 담당자인 제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데 담임선생님들이 지도하려 해도 한계가 있겠지요. 아이들 긴 머리만 보아도 생활지도 엉망이라고 어쩔 줄 몰라 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저는 여전히 “얘들아, 규정대로 머리 깎아야지.” 조용히 권유합니다. 머리 길다고 아이들 불러 세워 머리 깎으라 압박하고, 안되면 학부모에게 전화해 지도를 요청하고, 그도 안 되면 규정에 따라 징계해야 하는 그런 일을 하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어찌해야 합니까.


저는 요즘 두발 자유화를 꿈꾸고 있습니다. 선생님들이나 교장 교감의 문제 제기에 맞설 논리를 개발 중입니다. 헌법 소원을 하고도 싶습니다. 학교 규정으로 아이들의 헌법적 권리인 표현의 자유, 신체의 자유, 사생활을 침해받지 않을 권리 등을 제한 할 수 있는지를 말입니다. 여학생의 긴 머리는 반드시 묶어야 하고, 남학생은 귀를 덮지 않는 스포츠형의 머리만이 학생 신분에 맞는 단정한 머리라는 어른들의 논리에서 그 어떤 도덕적 법칙적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학교의 규정은 학교 구성원 서로 간에 지켜야 할 약속이지만 우리의 생활 규정은 대부분 학생들의 의견을 무시한 어른들의 일방적 강요일 뿐이라 보기 때문이지요. 아이들이 그를 일방적 강요로 받아들이는데 자발적 동의를 이끌어 내기란 참 어려운 일입니다.


대다수 아이들은 어른들의 지도를 순순히 받아들이지요. 말 잘 듣는 착한 아이들도 많습니다. 때로는 이 숨 막히는 대한민국의 학교 현실을 거부하고 닫힌 교실을 열어 제치려 발버둥치는 아이들도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지요. 우리 어른들의 사회도 똑 같다 봅니다. 그 아픈 몸짓을 조금은 이해하고 배려하며 함께 한다면 세상이 좀 더 살만한 곳으로 보이리라 믿습니다.


아픈 만큼 교사로 아니 한 인간으로 조금씩 성숙해 가겠지요. 그렇게 처절하게 아파하는 선생님이 참 존경스럽습니다.


승광은(회덕중)
Date : 2009-10-01 09:54:28    Read : 1420 
 낮은 목소리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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